어느 날 딸아이가 말했다, “나는 아빠가 싫어” - 남성육아휴직 에세이 1 -

“나는 아빠가 싫어”

 

전에는 그런 말을 들어도 한 귀로 듣고 그냥 흘려 보냈는데,

그 순간 그 말이 즉흥적이거나 단순한 투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.

돌이켜보니 입사 시절부터 계속된 야근 및 주말 근무로 딸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.

간혹 집에 있는 날이면 누워서 잠자기 일쑤였고,

그 때마다 옆에 와서 놀아달라는 아이의 말을

한여름 귓가에서 앵앵대는 모기소리처럼 성가시게만 여겼습니다.

 

 

그런 딸아이가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됐습니다.

근데 웬걸요. 딸이 성장해 온 시간들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으니 말이예요.

아니, 기억할 만큼의 추억과 함께 한 시간 자체가 없었다는 게 맞겠죠.

충격이었습니다. 육아휴직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.

 

지나쳐 온 시간, 다시 보니 모든 순간이 행복

사실 저희 부부는 맞벌이도 아니었고,

초등학교 2학년 자녀에 대해 아빠가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면

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다들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가 봅니다.

저도 육아휴직을 결심하기 전까지는 남성육아휴직의 필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했었는데요.

그렇기에 자녀들에게 아빠가 필요한 부분이 크다는 점을 피부로 깨닫고

육아휴직을 결심하고 난 후에도 앞으로의 회사생활에 어려움이 있을까 많이 주저했죠.

하지만 저를 움직인 건 늘 바쁘다는 핑계로 딸아이 자전거의

보조바퀴조차도 떼어 주지 못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.

 

 

그래서 결국 휴직을 했고 함께 킥보드(일명 씽씽이)를 타면서

우리 아이가 킥보드를 잘 타는지 처음 알게 됐습니다.

딸이 타고 싶다기에 나이 마흔을 넘겨 평생 처음으로 스케이트도 타봤어요.

늘 가고 싶다던 아쿠아리움에서 흰고래 벨루가도 만나고,

동물원에서 하마가 물속을 걷는 것과 철갑옷을 입은 듯한 코뿔소도 보았습니다.

담임선생님과 상담하면서 딸의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었구요!

 

함께 피칸파이도 만들고, 할 일이 참 많았습니다.

제가 할 줄 아는 유일한 요리인 김치볶음밥도 해줬는데, 딸은 맛있다며 엄지 척!

늘 아내의 몫이었던 집안 청소, 쓰레기 분리수거,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,

화장실 청소, 설거지, 장보기, 아이들 목욕시키는 것도 제가 했습니다.

힘들 줄만 알았는데, 너무 행복했어요.

 

 

자기 전에 책 읽어주기, 아침에 일어나서 믹서기로 주스 만들어 주기,

500조각짜리 퍼즐 맞추기, 숙제 도와주기, 이 뽑으러 치과를 다녀오기도 했어요.

특히 아내와 함께 자녀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싶어,

매주 목요일 저녁은 ‘가족 회의’ 시간으로 정해 일주일간 생활을 이야기하면서

서로 칭찬해 주는 시간을 가진 게 매우 유익했습니다.

이건 앞으로 복직해서도 계속 지켜 나가려고요.

이 외에도 여러 곳을 다니면서 체험학습을 하고,

딸아이의 피아노 연주를 듣는 것도 큰 행복이었습니다.

 

단, 가족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대화를 많이 한다는 장점도 있지만

자녀들에게 하는 말이 자칫 잔소리가 될 수 있고, 아내와의 대화 또한 말다툼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.

이런 부분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.

육아휴직의 부작용(?)은 또 있어요.

갑자기 주어진 시간적 풍요로움 속에 자칫 시간을 낭비할 수 있고,

출퇴근을 지키지 않아도 되다 보니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잃을 수 있습니다.

또한 외부활동이 줄어들면서 몸의 움직임 또한 감소할 수 있어

운동 및 식이습관을 통한 건강 관리가 필수적이고요.

육아휴직을 하기 전에 구체적인 계획 수립을 한다면

휴직 기간 동안 얻을 수 있는 유익함이 배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.

 

 

육아휴직은 가족의 새로운 시작

이 기회를 빌어 정부의 육아휴직 정책에 깊은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.

정부 시책이 없었다면 육아휴직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을 겁니다.

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출산 및 육아 장려 정책을 지속해 줄 것으로 기대하며,

그를 통해 더 많은 가정들이 유익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.

가정이 건전하게 회복되는 것이야말로 나라가 부강해지는 힘의 원천일테니까요.

 

앞으로 복직을 하게 되면 휴직으로 깨닫게 된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의 힘으로,

그리고 다시 얻게 된 삶의 활력과 에너지를 바탕으로

일의 보람과 가정의 행복이라는

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깁니다.

 

- 본 에세이는 2017년 육아휴직을 경험한 이OO 님의 실제 수기를 바탕으로 했습니다. -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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